오분이야기

영국 왕실이 만든 논란들, 왕실은 언제까지 존속할까?

오분소식 2021. 4. 29. 21:45
728x90

많은 왕실이 권력을 국민들에게 이양하면서 아랍권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왕이 절대 권력을 갖고 정치에 참여하는 국가는 흔치 않은데요. 그럼에도 국가의 위상이나 정체성을 위해 왕실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꽤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친숙하게 아는 일본을 비롯한 영국, 덴마크,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서는 여전히 왕실이 유지되고 있는데 이들 왕실의 역할은 더 이상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닌 사회 공헌과 국민화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유럽의 왕실 계승도(출처 : 한국일보)

그런데 만약 구태 제도라고 지적받고 있는 왕실에 도덕성 논란까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일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왕실인 영국 왕실에서 터졌는데 이번 일의 발단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들인 찰스 왕세자의 2번째 아들 해리 왕자와 그의 아내인 메건 마클 왕자비의 인터뷰에서 시작됐습니다.

 

미국 출신 배우였던 메건 마클 왕자비는 2018년에 해리 왕자와 혼인을 올려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됐는데 외국인+혼혈+이혼 경험이 있는 마클을 보수 성향이 강한 영국 왕실이 받아들였다는 것만으로도 당시 많은 화제가 됐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많은 불화설에 시달렸고 결국 해리 왕자 내외는 현재 영국을 떠나 미국 로스엔젤리스에서 지내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미국에서 조용히 지낼 줄 알았던 이 부부가 3월 7일 미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당시 왕실을 나오게 된 얘기를 인터뷰로 해버리고 맙니다.

 

인터뷰에 의하면 영국 왕실에서는 해리 왕자 부부의 첫아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기의 피부색을 우려했으며, 메건 마클 왕자비가 유색인종인 외국인에 이혼 경험이 있어 대내외적으로 부당한 일을 겪을 때도 왕실은 견디라는 입장만 고수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영국 왕실에서 그들 내외와 해리 왕자 부부의 자식을 왕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내색을 보였다는 것이 전체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추가로 영국 언론에도 강한 반감을 표했는데 메건 마클 왕자비는 가십 위주의 보도를 일삼은 언론 때문에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할 정도로 힘들었으며 안타까운 사건으로 어머니인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일찍 여읜 해리 왕자에게 이러한 고민을 밝히는 것조차 미안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미국과 영국의 여론은 둘로 갈라졌는데 ‘모범을 보여야 할 왕실이 인종차별 문제에 휘말리다니 참담하다’는 입장과 ‘사생활 보호와 자신들의 삶을 찾아 떠난 해리 왕자 내외가 방송에 나와 가십거리를 만드는 행위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으로 갈렸습니다. 진위 여부에도 논란이 많았는데 ‘보수적 성향이 강한 왕실이 백인 우선주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과 ‘메건 마클 왕자비와의 결혼을 허락한 왕실에서 굳이 그들을 밀어내면서 논란을 만들 이유는 없어 보인다’는 입장으로 갈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건이 터지자 영국의 여러 조사 기관에서는 이번 일에 대한 대중들의 여론을 조사했는데 생각보다 해리 왕자 부부에 우호적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보고 왕실을 더 이해하는지 해리 왕자 부부를 더 이해하는지에 대해서는 38%의 국민이 왕실의 상황을 더 이해한다고 했으며 18%의 국민만이 해리 부부를 더 이해한다고 답했습니다. 인터뷰에 대해서도 46%가 적절하지 못한 인터뷰였다고 답했으며, 29%만이 잘한 인터뷰라고 평가했습니다. 나아가 해리 왕자의 직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도 찬성이 49%로 반대 28%보다 높았습니다. 메건 마클 왕자비가 왕가 내 인종차별 피해자인거 같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가 41%로 그렇다 34%보다 높았는데 다만 이들 부부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40%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2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전체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의 규율에 적응하지 못했고 외국인에 유색인종, 이혼 경력을 갖고 있는 메건 마클 왕자비가 왕실 생활에 여러모로 힘든 부분이 있었던 것은 맞아 보이나 왕실 또한 해리 왕자 내외가 최대한 왕실에 어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 과정에서 해리 왕자 내외가 견디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쪽으로 여론이 흘러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뜻 이번 사건만 봤을 때는 그래도 영국 국민들이 왕실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엘리자베스 여왕의 동생 마거릿 공주의 추문,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공작부인의 불륜,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의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에 이어 이번 인종차별 논란까지 터지자 왕실 폐지론자들을 중심으로 다시 영국 왕실 폐지론이 주장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많은 국민들에 존경을 받았던 영국 왕실이었지만 여러 논란들로 인해 그 빛이 바래지고 있는 느낌인데요. 과연 왕실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