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1명 유지비가 3000만원? 논란의 진실과 교정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필요성

 

얼마전 "사형수 1명 유지비가 9급 공무원 초임 연봉보다 많다"는 기사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 기사는 법무부에서 발표한 재소자 1명당 유지 관리비용이 3000여만원이라는 것을 근거해 사형수 1명의 연간 유지비용이 9급 초임 공무원 연봉 2831만원보다 비싸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요. 기사가 나가자 대다수 네티즌들이 수많은 경쟁을 거쳐 사회에 기여하는 공무원보다 더 나은 혜택을 사형수들이 받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논란의 기사

 

그렇다면 정말 사형수 한명이 연간 3000만원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일까? 사실에서 벗어나진 않았지만 기사에 자극적인 요소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법무부에서 발표한 내용은 사형수 1명의 수용경비가 아닌 재소자 1명의 수용경비입니다. 즉 사형수든 무기수든 잡범이든 상관없이 재소자 1명을 수감하기 위해 연간 3000만원이 소요된다는 것입니다.(물론 사형수나 무기수의 경우 독거수용 비율이 높고 오랜 수감생활로 의료비가 더 들어가 일반 재소자들에 비해 수용경비가 조금 더 든다고 합니다)

 

게다가 법무부에서 발표한 수용경비는 인건비, 시설개선비 등 간접비용과 재소자에게 직접 쓰이는 피복비, 의료비, 식비 등의 직접비용을 모두 더한 것으로 교정 시설의 시설 비용, 교정직 공무원의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는 금액입니다. 물론 범죄자가 없다면 교정 시설도 필요 없으며 교정직 공무원도 필요 없다고 얘기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한 얘기이며, 일자리 창출 및 교정의 필요성을 고려했을 때 간접비용을 모두 포함해 사형수 한명에게 연간 3000만원이 들어간다는 내용을 쓰는 것은 받아들이기에 충분히 자극적일 수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전국 유초중고등 학생의 수는 600만명이 조금 안되며 2023년의 교육부 예산은 100조원이 조금 넘는데, 이를 가지고 단순 정부에서는 연간 학생 1명에게 1700만원의 교육을 제공한다고 하면 무리가 있습니다. 심지어 이 비용은 학부모가 지급하는 급식비와 학비를 제외한 비용이니 더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만한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와 마찬가지로 이 비용에는 시설관리비를 비롯한 교육부 직원들의 인건비, 교육연구비, 정책 추진비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실제 재소자 1명이 먹고 자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요? 이번에 법무부가 세세한 내용까지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과거 공개된 내용을 보면 참고가 될 만한데, 2019년 기사를 보면 그해 사형수 1인에게 투입되는 직접비용은 240만원이며,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되는 예산은 급식비, 피복비, 외료비, 생필품비 순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2019년 뉴스 사형수 56명에게 1억 3천만원의 직접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인사이트 기사 캡처)

세부 항목(인사이트 기사 캡처)

 

좀더 과거인 2009년 기사를 살펴보면 사형수 1명에게 투입되는 직접비용은 160만원 정도로 이 기사들을 참고했을 때 실제 투입되는 직접비용은 2023년 현재에도 400~500만원 선으로 보입니다.

 

2009년 사형수 1명에게 들어가는 직접비용이 160만원이는 기사

 

직접비용이 400~500만원 선이라면 나머지 2500만원은 시설관리비, 교정공무원 임금 등의 간접비용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어 보습니다. 교정 시설의 수용인원이 부족해 감형을 해준다거나 특사로 풀어준다는 얘기는 지금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수용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감형을 한다는 것에 반대해 교정 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꽤 힘을 받고 있는 얘기입니다. 다만 수용 환경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얘기는 인권이라는 대의에 막혀 얘기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용 여력이 부족해 수감 기간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수용 환경의 변화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이 사형수 수용 경비 문제의 핵심은 사형의 집행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전국에 사형수보다 무기수가 훨씬 많으며, 무기수에게도 사형수와 유사한 수용 경비가 쓰입니다. 그리고 일반 재소자들은 이 무기수보다도 더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비슷한 비용이 쓰이죠.

 

인권을 빌미로 그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만 바꾼다면 사형을 하지 않더라도, 인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접비용을 줄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수용경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