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은 국민들은 지난달에 비해 배로 오른 가스비에 모두 심한 충격을 받았는데요. 도대체 가스 요금은 왜 이렇게 많이 올렸으며, 실제 이 같은 가스 요금 인상이 필요했던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도대체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은 가스비가 나오게 된 것일까요?
일단 가스 요금이 인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가스 요금은 2022년 5월, 7월, 10월 총 3차례에 걸쳐 단계적 인상이 이뤄졌고 여름철 가스 수요가 적어 체감이 어려웠으나 12월 갑작스러운 한파로 가스 수요가 늘었고 배로 오른 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게 된 것입니다.
2. 한국가스공사의 실적이 좋은데, 굳이 가스비를 올릴 필요가 있는가?
현재 예상되는 2022년 한국가스공사의 실적은 매출액 49조원에 영업이익 1.8조원 규모로 역대 최고치인데요. 언뜻 보기에는 최대 실적을 낸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쌓인 미수금만 9조원, 2023년 1분기가 지나면 미수금이 12조원에서 1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한국가스공사는 한국전력과 다르게 수입 에너지 가격이 3% 이상 등락을 할 경우 그에 따른 공급가를 수정해 가스를 공급하게 되는데요. 만약 가스 요금 동결로 공급가보다 판매가가 낮은 경우 그 적자분을 외상으로 처리하게 됩니다. 하여 에너지 수입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적자를 보는 한국전력과 달리 한국가스공사는 미수금이 쌓이게 되는 것이죠. 외상값을 갚아야 하는 주체는 정부로 현재 그 외상값만 9조원이 넘게 쌓인 상황이며,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했을 때 올 1분기가 지나면 미수금은 16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3.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과 한국전력의 적자를 꼭 보전해야 할까?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정부가 최대주주로 파산의 염려가 없는데요. 다만 한전의 경우 적자를 메우기 위해 수십조원의 채권을 현재에도 발행하고 있으며, 한국가스공사도 현재는 채권 발행을 멈췄지만 받지 못한 대금을 메꾸기 위해 수조원의 채권을 발행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만약 이것을 그대로 둔다면 결국 이 빚들은 이자까지 붙어 미래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4. 정말 국제 에너지가가 문제의 전부였을까?
한국가스공사는 전 세계에서 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업체로 업계에서는 큰 손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비싼 가격으로 가스를 수입하는 것으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2022년 민간기업은 백만 BTU당 12달러의 가격으로 LNG를 수입한 반면 한국가스공사는 20달러(민간 수입가의 60%)의 수준으로 LNG를 들여왔는데요. 코로나로 백만 BTU당 LNG 가격이 2달러까지 급락했던 2020년에도 한국가스공사는 민간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으로 가스를 매입하였습니다.
여기에 한국가스공사는 장기적, 안정적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였는데요. 가스 가격이 급등락 하더라도 민간의 수요는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가스 매입량을 조절할 수 없으며, 가스 가격 급등락으로 인한 민간 가스업체의 가스 매입이 줄어들게 되면 그 줄어든 분에 대한 수요까지도 한국가스공사에서 메꿔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2021년 1월 기습한파 당시 연료 조달 실패로 대만에서 126명이 동사하기도 했다며, 가스는 공공 에너지인 만큼 수익성만을 보고 가스 매입을 할 수는 없어 민간 업체와 단순 수익성 비교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기업 또한 수익이 악화되더라도 수급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준다면 이 같은 사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다만 몇몇 전문가들은 업계에서 가장 큰 손인 한국가스공사가 매년 손해를 보며 가스를 사는 것은 납득이 어려우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계약 관행이 만든 참사라는 반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5. 뜨거운 책임론 윤정부VS문정부 누구의 문제인가? 추가 가스 요금 인상의 가능성은?
현재 여당 지지자와 야당 지지자의 입장은 2022년 2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할 때 요금 인상을 미리부터 감행하지 않은 것과 민간 요금에 너무 과도한 책임을 전가한 것, 국세를 들여 해결을 하지 않으려 하는 점 등을 들어 이번 가스 요금 사태가 윤정부의 책임이라는 주장과 천연가스 가격이 점진적 상승을 기록할 때 미리 요금에 반영을 하지 않은 것과 탈원전, 태양광 산업 등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에너지 참사가 난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갈리고 있는데요.
정책의 잘잘못과 책임 소재를 떠나 현재 가스 요금 인상은 2021년 12월에 결정된 것이 맞습니다. 코로나 초기 바닥을 찍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점진적인 상승을 기록할 당시 문정부는 경제 활성화 및 소비 위축을 우려해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했었는데요. 그러다 2021년 12월 국제 에너지 가격이 너무 오르자 이를 고려한 가스 요금 인상안을 발표했고 여기에 2022년 5~6월 1.23원/MJ, 7~9월 1.90원/MJ, 10월 2.30원/MJ를 인상하는 순차적 인상 계획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존 MJ당 14.225원이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40% 육박하는 엄청난 인상액이었는데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컸던 만큼 민수용 가스 요금에만 인상이 결정되면서 큰 비난이 있었죠.
하지만 엄청난 공공요금 인상에도 한전과 가스공사는 적자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렇다고 해도 너무 과도한 요금 인상으로 국민 불만이 들끓는 상황에서 추가 인상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제 공은 문정부에서 윤정부로 넘어왔는데요. 물론 이는 정부를 떠나 피하기 힘든 국제 상황으로 1분기 가스 요금을 동결한 윤정부가 2분기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6. 얼마나 더 인상이 필요할까?
현재 한전 관계자들은 한국전력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 요금이 지금보다 2배 이상 3배는 올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한국가스공사 또한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스 요금의 3배, 최대 7배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과 관료들은 과거의 경영 미숙으로 발생한 막대한 적자를 한순간 해소하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있으며,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된 지금 당장의 과도한 요금 인상보다는 세금 지원 및 경영정상화, 단계적 요금 인상 등의 복합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하며, 해결도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야 경제에 큰 충격이 없을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 공공요금 정상화를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을 감행한 이명박 정부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찍었는데요. 공기업이 과도한 성과 잔치를 벌인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만큼 합당한 선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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